'홈핏'은 헬스장이 아닌 집에서 맞춤형 운동 코칭을 해주는, 방문 트레이닝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홈핏의 엄선진 대표가 26살이었던 때,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 헬스장도 다녀보고 홈트레이닝도 하다 잘 되지 않아 코치인 친구에게 방문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그 경험이 너무 훌륭해 아예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놀라운 건 힘들고 귀찮을 수 있는 운동을 가르치는 홈핏이 서비스 불만율 제로에 도전한다는 점인데, 실제로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코치님들이 8,000번의 코칭을 했고, 그 중 불만족 후기는 단 2건에 불과하다.
이 미친 퀄리티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지 물어보기 위해 홈핏의 사무실에 찾아갔다.
그런데 불과 3명의 직원들이 작은 사무실에서 등을 맞대며 일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광경이었다.
Step by step, boy!
방문트레이닝을 하시는 코치님이 100명이 넘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직원이 세 분이신 건가요?
네, 저랑 고객관리 담당 직원, 마케터 이렇게 3명이 3평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요. 코치님들은 130명 정도예요. 사무실 밖에서 열심히 트레이닝을 하고 계시죠.
130명의 코치님이 소속된 건강관리 기업 '홈핏'의 3평 사무실
처음부터 세 분이서 홈핏을 시작하신 건가요?
사업 초반에 직원이 8명이었던 적도 있어요. 제가 전기공학과를 나왔는데, 그때는 졸업도 하기 전이었죠. 경영 지식은 당연히 부족했고 개발도 배운 적이 없어서 개발자, 퍼블리셔, 디자이너, 마케터 등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직무를 전부 채용했어요. 근데 사업 아이템만 있고 아무것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만 모아 놓으니 진전이 안 되더라구요. 해산하기로 논의하고, 혼자서 다시 시작했어요.
해산을 한 뒤에 사업을 접지 않고 1인 기업을 만드셨다구요?
처음에는 앱도 만들고 웹도 만들고 다 하겠다며 욕심을 부린 거예요. 학벌이나 스펙만 보고 사람들을 뽑았어요. 근데 아무리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라도 완전 초기 스타트업이니 다들 발만 걸치고 있는 상태였고, 잘 될 리가 없었어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죠. 그래서 일단 해산하고, 가장 중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다져 나가기 시작했어요.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던 건 개발이에요. 홈페이지가 있어야 서비스를 알릴 수 있으니까요. 그때 마침 정부과제에 선정이 돼서 천만 원을 지원받았어요. 바로 개발자를 구해서 웹 개발을 했죠.
천만 원짜리 인생수업
오, 정말 운이 좋으셨네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기대한 결과가 안 나온 거예요. 정식으로 서비스 런칭을 할 수도 없었어요. 개발자의 실력을 분별할 능력도, 개발이 잘 되고있는지 파악할 수도 없다는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스스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개발자에게 중요한 일을 맡긴 게 실수였죠. 코치님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정말 죄송했어요. 그때 제 나이가 27살이었는데 그냥 취업을 해야하나까지 고민했어요. 위기의 순간이었죠.
지금 홈핏이 있는 걸 보면 그때 또 다시 창업을 선택하신 거네요?
맞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더 절박했어요. 다 제 빚이었고,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죠. 아예 제가 개발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개발이 잘 되는 게 어떤 건지 알려면 개발과정을 이해하고 있어야 되는데, 그냥 제가 개발을 하는 게 낫겠더라구요. 3개월 정도 밤낮으로 공부해서 결국 홈페이지를 만들었어요. 그때 창업을 하려는 한 회사의 대표로서 제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봤어요. 처음부터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선택과 집중을 했어야 했는데, 누군가 개발을 해주면 알아서 굴러가겠거니 안일하게 마음을 먹고 있었더라구요. 신중하지도, 절박하지도 않았던 거예요. 그렇게 천만 원짜리 인생 수업을 듣고서 홈페이지를 만든 후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몸 만들려다 회사까지 만든 '홈핏' 엄선진 대표
Quality, Quality, Quality.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홈핏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군요!
네, 다행히도요. 그때부터는 신중한 '선택과 집중'에 최선을 다했어요. 가장 먼저 챙긴 건 서비스의 퀄리티예요. 어떤 상품과 서비스든 퀄리티에 신경쓰는 건 당연한데, 특히나 방문트레이닝은 생소한 서비스잖아요. 나쁜 첫인상을 가지면 다시 저희 서비스를 찾을 확률이 정말 낮아져요. 퀄리티를 관리하는 데도 문제가 없던 건 아니에요. 한 번은 크리스마스 당일에 코치님이 수업을 미룬 거예요. 고객님께서 화가 나셔서 그날 저랑 2시간이나 통화를 하셨어요. 게다가 그 분은 지인 추천으로 홈핏을 이용하셨던 거라 더 실망감이 크셨죠. 너무 죄송하더라구요. 그 이후로 경고 및 퇴출 제도를 강화했어요. 지각이 쌓이거나 당일 연기 및 취소를 하는 경우를 한 건도 놓치지 않고 확인해서 '불만율 제로'를 만듭니다. 코칭 퀄리티는 매출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돼요.
매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저희는 자격증, 경험, 인성 등을 상세하게 따져서 코치를 선발하기 때문에 운동에 관한 전문성에 서비스 마인드까지 갖춘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덕분에 코치님들이 트레이닝을 하면서 세일즈까지 알아서 해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홈핏에서는 40%할인된 가격으로 체험 수업을 제공하는데요, 이때 코치님들의 실력도 워낙 좋고 맞춤형으로 만족스럽게 수업을 해드리니까 유료 수업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아요. 한 코치님은 처음에 40대 어머님을 코칭해드렸는데 어머님께서 너무 만족하셔서 지금은 초등학생 딸과 할머니까지 모녀 3대를 함께 코칭해주고 계세요.
방문트레이닝 중인 코치님과 고객님들
집요함이 만든 미친퀄리티
헬스장이 업종 중 폐업률 1위라고 하는데, 홈핏은 코치님들이 알아서 회사를 키워주시네요. 그런 열정을 가진 코치님들을 뽑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그분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를 샅샅이 살펴봐요. SNS 주소도 요청해서 글이나 댓글도 다 읽어보죠. 물론 관련 자격증은 기본이구요. 면접은 일대일이에요. 자격증이나 경력 증빙 서류, 신분증 등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꽤 깊이있는 대화를 한 시간 이상 나눠요. 제가 지금까지 200명이 넘는 코치님들과 직접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각자 저마다의 스토리가 분명히 있어요. 윤정훈 코치님이라고 계신데, 이분은 코칭을 정말 즐거워하세요. 먼저 사무실에 찾아오셔서 더 좋은 코칭 방법이나 마케팅에 대한 아이디어도 주시구요. 제가 직접 서류를 검토하고, 면접까지 보는 짧지 않은 시간은 결코 아깝지 않아요. 이렇게 좋은 코치님을 만나면 저희에게 더 많은 것들을 주시거든요.
'홈핏'의 열정 넘치는 윤정훈 코치님
채용 후 코치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매뉴얼에 따라 교육을 시행하구요, 정해진 회차의 수업을 마친 모든 고객분들께 전화해서 디테일한 피드백을 받아요. 피드백 내용은 코치님들께 바로 전달드리죠. 저희 마케터가 수업하는 영상을 찍기 위해서 수업에 참여하기도 하는데요, 그때도 수업을 관찰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코치님께 즉각 피드백을 드려요. 홈핏을 통해서 일을 할 때는 언제나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저하게 관찰하고 관리하는 거죠. 앞으로도 그럴 거지만 사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더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터가 촬영하면서 수업을 관찰하고, 코치님께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앞으로 홈핏은 어떤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으세요?
처음 홈페이지를 런칭했을 때 코치님이 30명이었는데요, 지금까지 4배 이상 늘어났고 올해 말까지 200명의 코치님들과 함께 일하는 게 목표예요. 서비스 지역도 넓히고 있습니다. 올해 9월에 부산에서 서비스가 시작됐고, 연말까지 대구에서도 홈핏을 만나볼 수 있어요. 앞으로는 대전, 울산 등 광역시 중심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규모가 커져도 ‘불만율 제로'는 변치않는 홈핏의 미션이 될 거예요. 모두가 집에서 편하게 건강 관리하는, 1인 1코칭 시대를 만드는 게 홈핏이 그리는 미래입니다. 그리고 좋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정말 많은 고생해주고 계신 저희 CS, 마케팅 담당 직원분들께 꼭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홈핏을 인터뷰하는 내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 특유의 순수한 열정 같은 것이 물씬 느껴졌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자기가 원해서 하는 일이기에 진심을 다하는 그런 마음이다.
잘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만나 뜻을 합쳤기에, 앞으로 더 빠르게 성장 가도를 달릴 그들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