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취향에 지갑을 연다. 24살 한국인 청년 일본 쇼핑몰 대박낸 이야기

오오토로.

한국에서는 흔히들 ‘오도로’라 부르는, 일본어로 ‘참치 대뱃살’을 뜻하는 단어이다.

일식집에서 들어 본 것 같은 이름. 요즘 일본에서 뜨고 있는 패션 쇼핑몰 이름이다. 인스타그램에 #OHOTORO로 해시태그 검색을 해보면, 수만 건의 감성적인 이미지들이 쏟아진다. 일명 ‘오오토로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중. 작년에 출시한 ‘모코모코 아우터’는 전국적으로 유행하며 일본 공중파 뉴스에도 출연했다.

놀라운 사실은, 오오토로 본사가 대한민국 성수동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관련 경험이라고는 일본에서 일 년 살아본 게 전부인 27세 정남윤 대표가, 창업 4년 만에 오오토로를 연 매출 40억원의 건강한 신생 브랜드로 키워냈다.

아무런 연고 없는 일본에서 24세에 쇼핑몰을 창업하여 일본 국민코트까지 탄생시킨 정남윤 대표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성수동 사무실을 찾아갔다.

이름이 참 재미있어요. 왜 이름을 오오토로라 지으셨나요?

오오토로는 참치 대뱃살이라는 뜻이에요. 정말 맛있는 부위이기도 하고, 일본인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음식이기도 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비빔밥' 같이요. 오오토로에서 쇼핑하는 고객들도 즐겁고 친숙한 기분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본래 참치 대뱃살을 영어로 표기하면 ‘Ootoro’인데요, 저희는 ‘Ohotoro’라고 브랜드를 지었어요. 익숙한 단어를 살짝 다른 철자로 표현해서 친근하면서도 독특한 브랜드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브랜드 슬로건은 ‘좋은 것을 조금만 즐기세요(Enjoy in bits)’예요.

오오토로

패션 브랜드 이름이 '참치 대뱃살'이라니.

왜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창업하셨는지 궁금합니다.

2013년 창업할 당시 한국은 이미 스타일난다, 임블리 등 다양한 패션 소호(SOHO)몰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일본은 여전히 라쿠텐, 아마존 같은 오픈마켓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고 단독 쇼핑몰들은 거의 없더라고요. 한국과 문화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있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나라인 만큼, 앞으로 일본 시장에서 기회가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래도 외국에서 무작정 사업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맞아요. 문화적으로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일본 시장은 한국과 많은 차이가 있더라고요. 진입 장벽이 높은 일본 시장을 이해하고 공략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오오토로_정남윤대표

오오토로 정남윤 대표 (출처 : 오오토로 )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우선 일본인들은 자기 취향에 대한 고집과 자부심이 강합니다. 오타쿠 문화가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의류도 유행을 따르는 사람보다 자기 취향대로 입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즌별 유행이 존재하는 한국에 비해 트렌드의 영향을 훨씬 덜 받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을 쉽게 수용하지 않는 특성이 있었어요. 물건이 괜찮아 보여도 브랜드와 회사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전이면 지갑을 열지 않더라고요.

사업 초창기에 어떤 고객분의 부모님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딸이 여기서 물건을 샀는데, 대체 뭐 하는 회사냐 물어보시더라고요. 처음 보는 회사의 제품이라 의심하고 전화하신 것이죠. 걱정을 해소해 드리기 위해 차분하게 회사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했어요.

실제로 일본은 회사 소개 페이지나 CEO 인사말 페이지 트래픽이 매우 높다고 해요. 회사에 대한 신뢰 여부를 결정해야 하니까요.

이런 점들을 배우면서, 일본 시장 진입에는 브랜딩이 가장 중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오오토로 브랜드가 하나의 취향이 되어야만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어떻게 브랜딩을 하셨나요?

브랜드 컨셉을 잡는 부분에 있어서는 운이 좋았어요. 우연한 자리에서 일본인 파워 블로거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지요. 마침 이 분도 한국 패션에 관심이 많으셔서 함께 창업을 했습니다. 한국 패션 스타일이면서 일본인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 컨셉을 잡고 디자인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또 저희는 오오토로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알리는데 많은 신경을 썼어요. 포털 사이트 검색이나 광고를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오오토로 로고를 활용하는 거였어요. 고객들이 브랜드를 스스로 노출할 수 있도록 로고가 새겨있는 스티커와 휴대폰 케이스 등을 배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 사진에 저희 로고 스티커와 해시태그를 함께 올리시더라고요. 이제는 온라인에서 #OHOTORO 해시태그가 많이 사용되다보니, 타사에서 저희와 느낌이 비슷한 제품 홍보를 위해 #OHOTORO 해시태그를 이용하기도 할 정도예요.

오오토로

오오토로 고객들은 인스타그램에 자발적으로 해시태그와 로고를 노출한다. (출처 : 오오토로 )

한편으로는 한국 여행이나 음식 등의 주제로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OHOTORO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고 있어요. 화장품이나 패션 등을 분석해 올리기도 하고요. 드라마나 연예인처럼 트렌드를 타는 한류 소재보다, 저희만의 한국 소재를 꾸준히 쌓아 나가다 보니 ‘오오토로’를 중심으로 하나의 이미지가 형성되어 가는 중인 것 같아요.

저도 인스타그램을 살펴봤는데, 말로 설명하긴 어려워도 확실히 ‘오오토로’ 만의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하다 보니 반응이 오던가요.

하루아침에 유행이 번지기도 하는 한국 시장에 비하면, 일본은 시장에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확실히 걸리는 것 같아요. 마치 일본 장인들처럼, 꾸준히 하나의 취향을 쌓아 올려 나가는 거지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대박이 났어요. 저희 제품 중에 '모코모코 아우터'라는 제품이 있었는데, 이게 한국에서는 5년 전에 유행했던 아우터와 비슷한 스타일이었거든요.

이 제품을 오오토로식으로 해석해서 출시했는데 갑자기 바이럴을 타더니, 일본 모델들이 입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일본 전국적으로 유행이 되면서 공중파 뉴스에까지 나오고, 일명 ‘국민 코트’가 되었지요. 하루 매출이 억 단위로 나오고, 유니클로 등 유명 의류 브랜드들이 카피 제품을 만들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일본에서는 트렌드보다 자기만의 브랜드를 꾸준히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구나 한 번 더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오토로_도플라밍고코트

일본 전역에서 유행한 '모코모코 아우터.' 만화 '원피스' 캐릭터 도플라밍고의 의상과 비슷해 '도플라밍고 코트'로도 불린다.

성수동에서 만든 일본 '국민 코트'라니 재미있네요. 브랜드 색깔에 집중한 뚝심의 결과여서 더 멋집니다.

앞으로도 오오토로는 시장 트랜드보다는 오오토로만의 브랜드 색깔에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저는 아이패드를 구매할 때, 그 기능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애플이란 브랜드가 매력적이라서, 그냥 갖고 싶어서 사요. 오오토로 고객분들도 오오토로가 만들었다는 이유로 제품을 구매하시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훗날 오오토로가 패션과 상관 없는 요식업을 하더라도 오오토로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그런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고, 오오토로일본에서 브랜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일본인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어 나가고 있었다.

일본 공중파 뉴스에 나오고 하루 1억 매출을 올렸던 이야기를 하면서도 차분함을 유지하는 정남윤 대표를 보며, 오오토로가 어떻게 폐쇄적인 일본 시장에서도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과감하게 타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나아가 그것을 멋진 브랜드로 만들어나가고 있는 오오토로. 정 대표의 말처럼 오오토로가 어느 날 패션계에서 애플과 같은 브랜드가 되어있기를 기대해본다.

David Jiemin An

by David Jiemin An

Channel Biz-Dev Manager